“도련님 잠깐 여기 좀...”, “서방님, 혹시 동서 못 보셨어요?”
 명절 때마다 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와 더불어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다양한 가족 관계에서의 성차별적인 호칭 문제이다. 위에서 예시로 들은 대사는 우리가 명절에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은 여성이며, 도련님이나 서방님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대상은 배우자의 남동생이다. 이러한 호칭을 두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까지도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도련‘님’, 서방‘님’ … 이제 그만

전통적인 가족 호칭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은 주로 아내가 남편의 가족을 부를 때 지나치게 높여 부른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촌수 관계에 따른 가족 호칭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주로 마주치는 관계인 3촌 이내의 호칭에 대해 다뤄보도록 한다.

 우선 아내가 남편의 가족을 부를 때의 호칭을 알아보자. 남편의 부모는 시아버님, 시아버지라고 부르며, 형은 아주버님, 누나는 형님, 남동생은 결혼 여부에 따라 도련님이나 서방님, 여동생은 아가씨라고 부른다. 전체적으로 ‘님’자를 붙여 높여 부른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남편의 남동생을 서방님이라 부른다는 것에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서방님이라는 단어는 남편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동생의 남편도 서방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데, 그러면 한 집안에서 ‘서방님’만 여러 명이 되는 상황 또한 자주 발생한다.
 아내와는 달리, 남편이 아내의 가족을 부르는 표현을 두고 높임 표현이라기보다는 하대하는 표현에 가깝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남편은 아내의 부모를 장인어른, 장모님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오빠, 언니, 남동생, 여동생은 각각 순서대로 형님이나 처남, 처형, 처남, 처제라고 부른다. 아내는 남편의 가족에 높임 표현에 ‘님’자를 붙이며 극존칭을 쓰는 것과 대비된다.


어머니의 집안은 밖에 아버지의 집안은 가까이에?

 아버지의 집안은 친할 친(親)자를 써서 ‘친가’라고 표현하지만, 어머니의 집안은 바깥 외(外)자를 써서 ‘외가’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차별적인 표현이다. 더불어서 부계의 친척은 ‘친’자를 붙여서 ‘친할아버지’나 그냥 ‘할아버지’라고 표현하지만, 모계의 친척은 ‘외’자를 붙여서 ‘외할아버지’와 같이 표현하는 사례도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성차별 호칭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집안에 와서 살았던 풍습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자연스레 부계 가족은 ‘가까운 친가’가 되었고, 모계 가족은 ‘바깥 멀리 있는 외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문화에 각인된 것이 절대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9년 오늘날에 맞는 표현으로 고쳐서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점점 커지자, 이러한 표현을 순화하자는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도련님, 아가씨 대신에 ◯◯씨라고 부릅시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남편의 동생을 부르는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93.6%, 남성 56.8%가 ‘바꿔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이처럼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다양한 순화 운동이 진행 중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배우자의 부모님은 아버님이나 아버지, 어머님이나 어머니로 순화하고 그 외 배우자의 여동생, 형 등과 같은 다양한 호칭들은 ‘이름+씨’로 부르자고 제안하였다. 손주가 조부모를 부를 때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라고 부르고, 친가와 외가의 구별이 필요할 때에는 지역 명을 붙여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자는 제안 또한 있었다. ‘충주할아버지’, ‘용인할머니’와 같이 부르자는 것이다. 친가, 외가라는 표현 또한 각각 아버지 본가, 어머니 본가와 같이 표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순화 운동에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오랜 시간 써온 호칭을 성차별이라고 낙인찍으면서 바꾸려는 것이 전통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순화 운동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가족의 의미도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이 남편 집안에 ‘시집’을 와서 조부모를 모시면서 살아가는 대가족 중심 가족 문화는 이미 붕괴한 지 오래 지났다. 핵가족, 심지어는 1인 가정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과거의 전통을 지키는 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일 것이다.

 호칭만이 문제가 아니다. 명절마다 ‘아버지 본가’는 중요시하면서 ‘어머니 본가’는 소외시키거나 하는 등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던 차별에 대해서 독자들도 고민해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