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중국의 전력 부족 사태가 심상치 않게 악화되어가고 있다. 계획 정전을 통한 절전 대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대규모의 정전 사태마저 일어나고 있으며, 도로와 수도 등의 기반시설마저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전 사태의 여파는 일부 지방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전역에 퍼지고 있는데, 중공업 밀집지역인 동북 3성과 남동부 해안지역마저 전력난 때문에 공장이 멈추는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미얀마 등의 주변국에서 급하게 전기를 수입하는 한편, 외교적으로 극심한 대립을 겪던 호주에 마저 석탄 수출을 부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의 원인을 단순 석탄 부족뿐만 아니라 외교적 고립과 무리한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을 꼽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의 한 식당에서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한 채 식사를 하는 모습 (출처 : AP 뉴스)

  빛을 잃은 도시와 공장
  전력난은 9월부터 점점 시작되다가 9월 말에 피크를 찍었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라이신에 따르면, 9월 24일에 랴오닝성의 철강 가공업체 설비가 정전으로 멈추는 바람에 23명이 유독가스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단전마저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는 소식이다. 도로 신호등이 꺼지고 엘레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는 집계조차 못 할 정도이다. 제조업의 중심지인 광저우와 선전, 홍콩, 마카오에는 한주에 하루만 전기가 공급되고 6일간 정전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이러한 정전 사태에 양초 품귀 현상과 사재기마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전력난의 여파는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이폰13 시리즈 부품의 생산 공장이 가동 중단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품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애플에 이어 테슬라, 포드 등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전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안 그래도 공급난을 겪던 반도체마저 더욱 더 마비를 겪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마저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스코 현지공장은 9월 17일부터 약 2주간 공장이 중단되었다가 10월 1일부터 다시 재가동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흘만에 또다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하였다. 광저우와 장쑤성에 공장을 둔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전력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력난의 원인은?

  전력난의 원인은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다. 현재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석탄의 부족과 ▲무리한 탄소중립화 정책 이행, ▲수요 상승으로 분석된다. 부수적으로는 중국의 외교적 고립 또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우선 석탄 부족이다. 중국 전력 생산의 약 70%는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중국 당국은 공급 과잉 개선을 위해 비효율적인 광산을 폐광시켜왔다. 이 때문에 점점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감소해왔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에 5일간 최대 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내리며 석탄 생산이 멈추기도 하였다. 이런 기록적인 폭우는 12만 명의 홍수 이재민을 유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석탄 생산의 중단, 그리고 도로와 철도 등의 운송망마저 침수시키며 공급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 다음으로는 무리한 탄소중립화 정책의 이행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기후 정상회의에서 여러차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지방정부와 당국은 친환경 에너지 평가 등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맑은 하늘’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무리하게 이루고자 석탄 발전을 급격히 축소시킨 것이 전력난을 유발했다. 석탄 대체 친환경 에너지의 공급 또한 불안정했다. 동북 3성은 풍력 발전의 비율이 10%를 넘는데 이 지역에 때마침 바람이 불지 않았다. 수력 발전 또한 위기를 겪고 있다. 2020년 중국 폭우 사태 때 썬샤 댐의 수위를 낮추고자 수많은 중소형 댐을 폭파시켰는데, 이 때문에 수력 발전량이 급감하였다. 게다가 남아있는 댐 조차 가뭄을 겪으며 수력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력 수요의 급상승 또한 중대한 원인이다. 중국 전력 수요의 60% 이상은 산업 분야가 차지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되어 있던 국제 경제가 점점 회복되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산업 활동도 크게 증가하였다. 실제로 중국의 3분기 누적 수출은 전년 대비 33%나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올 8월까지 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는 2019년의 같은 기간 평균에 비해 15%가 증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대책은

  중국은 일단 석탄 억제 정책을 취소하여 석탄 화력 발전을 크게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기요금의 완전 시장화’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공산당 집권 하의 중국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44%만이 시장가격으로 전기를 사용해왔으며, 나머지는 고정가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석탄 가격의 폭등으로 석탄 발전소 기업들이 적자 운영을 피하기 위해 가동을 중지하자 중국 정부는 결국 ‘시장 논리’를 적용시킨 것이다.

광둥성의 산업단지에 있는 한 공장에 불이 모두 꺼진 모습 (출처 : AP 뉴스)

  중국 정부는 석탄 수입을 위해 다양한 수입 루트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다만 주 수입원이었던 호주와의 외교·무역 갈등으로 인해 호주산 석탄의 수입로가 끊긴 것 또한 석탄 부족의 원인 중 하나라고 꼽히고 있다. 호주와의 분쟁으로 중국은 일방적인 거래 금지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이후 닥친 극심한 석탄 품귀 현상에 중국은 결국 세계 곳곳에서 석탄을 수입하게 되었다. 남아공에서 석탄을 수입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며, 이외에도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 필리핀 등 원산지를 안 가리고 전 세계에서 석탄을 긁어모으는 동안 국제 석탄 가격은 작년 대비 3배 상승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유엔의 대북 제재안을 위반하며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밀수해온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뿐 아니라 전기를 직접적으로 수입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관세청 격인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에 따르면, 1~3분기 동안 중국이 북한에게 수입한 전기의 비용은 14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 증가하였다. 이 중에서도 올해 9월의 경우 작년 9월과 비교하면 67%나 더 많은 양을 수입하기도 하였다. 북한뿐 아니라 1~3분기 동안 러시아에게서는 1440억 원 어치, 미얀마에게서는 400억 원 어치를 수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모두 합쳐 국내 생산량의 0.1% 수준에 머무르는 등, 절대량이 너무 적어 큰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허술한 중국 전력망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장거리 송전을 위한 초고압 송전 체계가 중국 각 지방 간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한 성에서 전력이 남더라도 전력이 부족한 이웃 성으로 전달을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친환경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의 상당수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수풍댐의 모습 (출처 : KBS 뉴스)

  국제 경제도 ‘휘청’

  앞서 다루었듯, 중국 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제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종 원자재의 대다수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러한 원자재가 생산을 멈추며 전세계 각국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동시에 품귀 사태를 발생시키며 원자재·중간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공급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석탄과 LNG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 것이 안 그래도 적체 현상이 빚어지던 수송 분야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우리에게는 ‘패스트푸드 감자 품귀 현상’으로 와닿는 수송·물류 대란은 코로나19가 점점 사그라들면서 급격히 치솟은 물류 수요를 현재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일부 경제학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와 원자재 공급난, 물류 대란이 겹치며 물가는 점점 상승하지만 경제는 침체되는 최악의 사태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목한다. 얽히고섥힌 국제 경제 속에서 중국의 문제가 더 이상 중국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적절한 준비와 대비, 그리고 철저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뽀’로 밀어붙이는 친환경 정책 때문에 중국은 사상 최대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우리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탄소중립 정책을 신중히 수립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를 겪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전략물자뿐 아니라 산업의 핵심이 되는 원자재에 대한 수입로를 다양화시켜야 이번과 같은 품귀현상이 닥쳐왔을 때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