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희 기자

최근에 열심히 수강하고 있는 과목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의 1학점짜리 교양 과목인 사회봉사이다. 사회봉사라는 과목은 새내기 때부터 익히 들어온 과목이지만,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3학년 2학기가 되기까지 한 번도 수강 신청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학기에는 친한 동기들이 같이 사회봉사를 하자는 제안을 해와서, 10월 초부터 현재까지 한 곳에서 꾸준히 봉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꽤 귀찮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봉사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총 34시간의 봉사가 필요하다. 막상 보면 금방 채울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사회봉사 실적에 인정되는 기관에 도서관, 공공기관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시설이 제한되어 있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동기들과 함께 꾸준히 봉사할 곳을 찾아내기는 하였으나, 그곳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멀고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봉사이지만, 최근 봉사 활동을 하며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처음에 봉사 기관을 방문했을 때는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라 많이 긴장도 됐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어른들을 대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했었고,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아무리 봉사래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기관 직원분들도 굉장히 잘 알려주시고,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하루 만에 금세 적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약 1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봉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이 있다. 바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등의 짧은 인사가 사람을 굉장히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사실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상황에 맞는 인사를 하도록 교육받아왔고, 복도에서 선생님을 마주치면 ‘안녕하세요’라 인사하고, 누군가가 친절을 베풀면 ‘고마워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당연한 예절이지만, 막상 실생활에서 항상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흔치 않으리라 생각한다. 매일 타는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버스 기사님께 인사를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가까운 이웃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동의 주민이 타도, 우리는 핸드폰을 보거나 닫힘 버튼을 누르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본인 역시 그렇게 살아왔었다. 인사라고 해봐야 카페에서 직원이 내가 주문한 커피를 만들어주셨을 때, 작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어린이 기관에서의 봉사 활동은 위와 같은 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봉사활동자의 주 활동은 시설·기구 등에 대해 안내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먼저 다가가서 설명하고 도와드리면 “감사합니다~ ○○아 너도 언니한테 인사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웃으시면서 짧게 고맙다고 하고 가시는 분도 계시다. 부모님들 말고도, 어린 친구들이 먼저 인사해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아무리 도와드려도 눈길 한번 안 주고 쌩 가시는 분도 많이 계신다. 전자에서는 사회봉사 이론강의에서 배웠던 보람참과 뿌듯함을 크게 느끼지만, 후자에서는 ‘내가 뭘 잘못했나?’, ‘먼저 인사드렸는데 어떻게 한 번을 안 쳐다보지?’라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속상하고 허무한 마음이 든다. 워낙 정말 사소한 것에도 온종일 담아두는 성격 탓에, 집에서도 생각하던 와중에 내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 역시 콘서트, 전시회 등을 여태껏 다니면서스태프분들께 인사드렸던 적이 정말 없는 것 같다. 음식점에 가서 사장님이나 아르바이트생이 먼저 인사해도 인사받기는커녕, 내가 앉을 자리에 시선이 갔던 것 같다. 순간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분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듯하다. 따뜻한 감사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기분, 성취감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던 뜻깊은 봉사 활동들이었다. 

 

  물론, 평상시에 하지 않던 것을 갑자기 하려면 굉장히 어렵고 선뜻 시작하기가 어렵다. 본인 역시 위와 같이 크게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봉사 끝나고 동기들과 함께 갔던 곱창집 사장님 께 인사하고 나온 것이 끝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분도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자신에게 친절히 응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표현을 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즉, 사소한 변화가 쌓여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 부끄럽고 민망한 감정은 들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는 선물과 같은 하루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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