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민 편집국장

 도로에 신호등이 없다면 운전자와 보행자들 모두 도로에서 방황할 것이다. 도로의 질서를 위해서라도 신호등의 존재는 당연하다. 이러한 법칙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사람에게는 두 개의 신호등이 필요하다. 하나는 본인의 길을 알려주는 개인적 신호등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을 생각하는 사회적 신호등이다. 이 신호등들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필자는 2년간 본교 신문사의 기자로 일했으며, 올해부터 학교의 신문을 책임지는 국장이 되었다.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나의 신호등에 대해 지금부터 얘기해보려 한다.

 

 신호등에는 세 가지 색의 불빛이 있다. 우선 빨간불은 당장 멈추라는 뜻이다. 노란불은 주의하라는 의미이며, 초록불은 이제 가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호등의 불빛들이 담고 있는 의미는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성격이 급하고 빠름을 추구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에 대해 의문점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질이 급하고 느린 것을 싫어할까? 사실 우리가 급하게 해결한 일들을 돌아보면, 반드시 그때 끝내지 않았으면 안됐던 일은 별로 없다. 인생에 있어서 신호등의 빨간불이 때로는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남보다 느리게 가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크게 뒤처지는 일이 아니다. 내가 갈 길에 빨간불이 켜지면 잠시 멈출 수 있는 느긋함도 삶의 지혜 중에 하나이다. 빨간불보다 중요한 것은 노란불이다. 경고의 의미인 노란불은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이다. 이와 반대로 초록불이 켜지면 안심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노란불을 무시하고 빨간불에 무리를 해서 나아가는가? 다들 본인만의 인생이 있는 거고, 타인이 추구하는 바를 굳이 쫓아서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어디선가 들은 말 중에 기억 깊이 자리 잡은 명언이 하나있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무언가를 안 하는 것 또한 ‘선택’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타인이 초록불을 보고 선택한 길을 굳이 다른 색 불이 켜진 본인이 억지로 갈 필요는 없다. 이는 특히 한국인이 굉장히 많이 범하는 인생의 오류이다. 왜 타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다수가 선택했다는 이유로 선택하는지 모르겠다. 각자에게 정해진 삶의 방향이 있고 모두 다른 사람인데 남의 선택을 따라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보면, 20대의 연애에 대한 선택은 무수히 많을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과 한사람과의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좋은 사람 등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유독 연애에 대한 참견이 많다. 이러한 참견 때문에 각자의 선택을 버리고 타인의 말에 따라 성급한 선택을 하니 실패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훗날의 행복을 위해, 선택에 관련하여 본인의 소신을 지킬 필요가 있다. 본인의 신호등을 보고 나아갈 때는 나아가고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체성을 가져야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직장, 결혼, 친구관계, 공부, 진로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길을 건너봐야 본인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나의 횡단보도가 길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길이 험하고 한참을 가야할지라도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다면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나를 모르는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 도박이다. 언젠가 선택을 할 때 조언자는 없고 본인의 신호등만 남아있다면, 당신은 신호등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본인의 신호등을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다. 신문사의 문을 두드린 2018년 3월에 호기로운 선택을 할 때에도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졌고, 국장의 자리에 앉을 때도 신호등 불은 같은 색으로 빛났다. 필자는 그때의 선택들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여전히 본인의 신호등을 신뢰하고 있다. 앞으로 2020년도 신문사의 구성원으로서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마다 잘 작동했으면 좋겠다. 훗날 나의 20대 대학생활을 돌아보았을 때, 신문사는 가장 길고도 빛나는 횡단보도로 기억될 것 같다. 활동을 하면서 가끔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즐겁고 뿌듯한 순간이 더 많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좋은 기억으로 남길 기대하며, 만났던 사람에게는 감사를 앞으로 만날 사람에게는 반가움을 표하는 바이다.

 

 인생은 수만 가지의 선택으로 이루어져있고, 선택의 주체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당연한 말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을 성질이 급하고 고집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신문을 읽는 구독자 모두 고집쟁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혹여 파란불이 켜진 신호등에 길을 건너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앞으로의 결정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학생들의 인생에 주관이 뚜렷한 신호등이 함께 하길 바라는 바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