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로 인한 갈등이 국내까지 퍼지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대학가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자보를 일부 중국 유학생들이 훼손하거나 비난하였는데, 이러한 갈등은점점 심각해져서 일부 폭력적인 충돌마저 빚어내고 있다.

 

‘레논 월’? 대자보?

이러한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것이 바로 ‘레논 월(Lennon Wall)’이다. 레논 월이란 말 그대로 레논의 벽이라는 뜻이다. 비틀즈의 존 레논의 이름을 따왔는데, 이는 그가 가수이자 평화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레논 월의 유래는 복잡하지만, 오늘날 레논 월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문구를 남기는 벽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홍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가에서도 이러한 레논 월을 세우는 운동이 학교마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각 학교의 게시판에 홍콩시민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담긴 대자보와 함께 세워지고 있으며, 지나가는 학생들이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즉, 이번 사건의 중점은 대자보보다는 레논 월에 두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대자보가 붙은건 이전에도 많았지만, 레논 월은 우리나라 대학교 중에서는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레논월은 설치된 지 하루 만에 친중(親中) 세력의 반대 문구로 뒤덮였다.

 

 레논 월 수난시대

 지난달 6일 오후 4시쯤 설치된 서울대학교의 레논 월은 설치 하루 만에 반대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변하였다. 이는 하루 뒤인 7일 오후 8시 30분쯤 레논 월을 지나가던 학생의 제보로 발견되었다. 원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하는 문구로 가득 찼던 레논 월에는 “홍콩은 영원히 중국의 땅”, “너희 한국인들과 무슨 상관있냐!!!”, “무식한 새X들”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러한 사건에 비판의 목소리가 아닌,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욕설 및 심각한 혐오 문구를 적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학생들의 의견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레논 월을 둘러 싼 커다란 갈등의 전초전일 뿐이었다. 레논 월에 대한 ‘테러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시작된 국내 레논 월은 전국 대학교로 퍼져나갔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레논 월 또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는데, 이와 동시에 레논 월의 훼손 사례 또한 급증하고 있다. 가볍게는 반대 문구의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하여서, 레논 월 자체를 찢어버린다든가, 심지어는 레논 월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사진을 찍어 모욕한다든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하루에만 한양대와 서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에서 각각 중국 유학생과 홍콩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한양대에서는 레논 월에 관한 행사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몰려든 백여 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습격하는 사건이, 고려대에서도 홍콩 민주화운동 간담회가 중국 유학생들에게 습격당하기도 하였다. 이외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충돌이 일어났다.

우리 학교 내에 붙은 홍콩 시위지지 문구. 위치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 게시판, 전자관 입구, 과학관 입구, 도서관 맞은편이다.

 도를 넘은 레논 월 ‘테러’… 중국대사관은 “잘했다.”

 반(反)홍콩파의 테러 행위는 명백히 범죄 행위이다. 폭력행위뿐만 아니라, 홍콩 지지자들의 얼굴을 몰래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리거나, 성희롱 문구와 함께 얼굴을 인쇄하여서 무단 배포하는 행위마저 행해지고 있다. 이는 심각하게 도를 넘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주한중국대사관은 지난달 15일 담화를 통해 “개별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과 한국 청년 학생들의 감정대립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중국의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해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분노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유학생들의 범죄 및 테러 행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에 많은 학생의 분노를 유발하였다.

 

 남의 나라 일에 참견 마라?

 일부 학생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굳이 응원하여야 하느냐고, 그리 중요한 일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러한 무관심한 태도는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있다. 32년 전 대한민국에서는 6월 민주 항쟁이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한 시절이 있었다. 비록 우리 부모님 세대의 일이라고,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익명을 요구한 본교 학우 A씨는 “아무리 시대가 지났더라도, 대학교는 단순히 학위를 얻는 곳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의미가 바래고 퇴색되었더라도, 대학생은 지성을탐구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지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양심에 따라 사회의 불의에 저항하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남의 일이라고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학우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라.”라고 제안하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첫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려던 첫 의도는 잊혀지고, 반중(反中) 감정이나 혐중(嫌中) 감정만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숙지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결국 혐오만을 낳게 된다. 양 측 모두 이성과 논리를 지니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아야 한다. 본교 학우들도 홍콩 민주화 시위 관련하여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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