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자신의 개인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며 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 저격에 나섰고, 이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의 공개 저격이 ‘속 시원하다’는 입장과 실명 언급은 ‘경솔했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그의 SNS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으로 언급된 가수들은, 현재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라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요계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 왔지만, 그처럼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저격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여서 그의 행동에 관심이 쏟아졌다.
  가수 박경에 이어 성시경, 김간지가 음원 사재기 의혹을 재차 제기하기도 하였다. 성시경은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에 관련하여 해당 업체에서 직접 곡까지 관여한다고 들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는 “요즘에는 전주도 간주도 없어야 된다고 하더라”라며 “가사를 바꿔도 되겠냐는 요청도 들어온다.”라고 구체적인 음원 사재기 과정에 대해 언급하였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멤버 김간지는 지난달 26일 한 팟캐스트에서 실제로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하기도 하였다. 그는 브로커가 ‘소름 돋는 라이브’와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음원을 노출시키며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로 인해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제안한다고 하였다. 그는 “회사에서 먼저 자금을 투입한 다음에 가수들로부터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라고 구체적인 내용을 폭로하였다.

 


  오랜 기간 논란되어온 ‘음원 사재기’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를 통해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한 뒤,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반복 재생해서 음악 순위 목록 및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 음원 관련 기록 자료들을 조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보통 수백 대의 휴대전화, 음원 사이트 가계정 및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면 하루에 몇 천 번 이상도 반복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팬덤이 부족한 걸그룹이나 신흥 보이그룹들의 음반 사재기가 상당히 빈번히 벌어졌으나, 음원 기반으로 가요계가 재편되고 각종 음악방송들의 점수에 음반 판매량이 들어가는 비중도 점점 낮아지면서 대신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결국, 2016년 3월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비로소 음원 사재기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 ‘음원 사재기’의 현장 출처 : jtbc

 


  이제는 프로그램 조작까지…
  한편 음원 사재기와 더불어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엠넷 소속 PD 안모(40)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프로듀스 시즌3(프로듀스48)과 시즌4(프로듀스X101)에서 투표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한 시즌 전후로 접대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팬들의 의혹 제기와 엠넷 측의 수사 의뢰를 통해 시작된 프로듀스 투표 조작 관련 조사는, 그룹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을 배출한 프로듀스 시즌 1(2016년 방영)·2(2017년 방영)의 최종회 투표 결과와 시청자 투표 데이터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등 조작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해진다. 팬들은 ‘프로듀스X101’ 내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 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취지로 투표 조작을 주장하였는데, 연습생 20명 모두 7494.442에 특정 숫자를 곱하면 해당 득표수와 유사한 값이 도출된다는 주장이었다. 예를 들어, 1위 김요한의 경우 7494.442에 178을 곱하면 133만4010.68이다. 이를 반올림하면 그의 최종 득표수인 133만4011표와 일치한다는 식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관련자 구속 기간을 연장하며 윗선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안씨와 엠넷 소속 CP(책임프로듀서) 김모씨에 대한 구속기간을 연장하였다. 또 검찰은 안씨 등 관련자들을 상대로 투표 조작의 실체를 파악하며 그 혐의를 입증할 인적, 물적 증거를 정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안씨와 김씨 2명을 업무방해, 사기, 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으며 제작진·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투표 조작 과정에서 결재선상에 있는 고위급 등의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건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프로그램 프로듀스의 방영 포스터 출처 : 엠넷

 


  K-Pop의 전 세계적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가요계 모든 관계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어야 함에 유의하며 깨끗한 음악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음원 사재기’나 ‘투표 조작’과 같은 부정한 행위가 아닌 정직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요계 관계자만이 아닌 음악을 듣는 우리들 또한 해당 문제에 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저 노래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행동은 반성해야 한다. 하루 빨리 청정한 음악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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