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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의 무게

기사승인 2019.11.18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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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분 좋게 술을 마신 아빠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수연, 아빠가 자주 전화하면 싫지?” 순간 이 문장을 읽고 여러 생각이 오갔다. ‘내가 아빠한테 하루에 보통 몇
번 전화하지? 아빠가 서운한 적이 있었나?’ 여러 생각을 뒤로 하고 우선 단순한 내 감정인 싫지 않다, 왜 싫겠냐는 답장을 보냈다. 곧 “응, 사랑혀”라는 답장이 아빠로부터 왔다. 그리고 나
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아빠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함에 아쉬움과 죄송함을 느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집에서 멀리 떠나와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필자는 작년 동생을 사고로 잃었고, 현재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빠로부터 밥은 먹었냐, 약은 먹었냐는 문자와 전화를 받는다. 이런 대화를 할 때면, 스물한 살이나 먹었지만 여전히 나는 아빠에게 불안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내가 더 부모님께 힘이 되는 자식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한다.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경상도 남자인 아빠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이 알지만, 그것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건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커갈수록 그 단어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는 핑계 뒤로 숨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릴 땐, 그저 해맑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어렵다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좋은 말을 왜 아낄까, 아낌없이 표현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
간부터는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를 느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쑥스러움과 함께 크게 표현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랑한다는 내 마음을 알겠지, 이렇게 행동하거나 선물을 드리면
나의 사랑한다는 마음이 전달되겠지 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빠의 문자를 받고 다시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가 큰 만큼, 앞으로는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표현해야지라고.
  이런 속담이 있다, 아끼다 똥 된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표현을 많이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이래서 고맙고, 이래서 미안하고 등등. 소통하지 않아 생기는 불협화음을 많이 보았고, 실제로 겪기도 했다. 이것은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어느 평범한 날 받은 아빠의 문자 한 통으로 나는 생각을 많이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어쩌면 아빠도 수줍게 마음을 고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에 더 큰 감동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이제는 부모의 유일한 자식이 된 내가, 학업, 진로 등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싶다. 동생의 빈 자리까지 메울 수 있는 든든한 아들 같은 딸이 되고 싶다. 언제든지 부모의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인생을 동행하는 딸이 되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아빠에게 감사하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여러분,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마지막으로 말한 게 언제인가? 평범한 오늘,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부모님께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 이 말을 처음 꺼낸다면 갑작스러운 고백에 부모님이 당황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곧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웃음을 지으실 것이다. 더불어 자주 안부 전화를 먼저 드리면 좋겠다. 별일이 없더라도 목소리를 먼저 들려드리면 좋아하실 게 분명할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두들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이수연 기자 iam9228@kaupress.com

<저작권자 © 항공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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