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 시설 두 곳인 아브카이크 시설과 쿠라이스 시설이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 한다고 밝혔다. 이 두 시설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양은 하루 570만 배럴이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공습 직후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지대 (출처 : CNBC)


초기 공격, 누구의 소행인가?

 사태 초기에 공격 국가가 어디인지, 어떻게 공격했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으나, 이는 곧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드론에 폭탄을 탑재하여 공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날 오후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스스로 공격했음을 공표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국인 미국은 이들을 제쳐두고 이란을 공격 주체로 못박았다. 사건 다음날 뉴욕타임즈(NYT)는 유엔 조사관들의 말을 빌려 “이란이 드론 및 미사일 기술 전수를 위해 전문가들을 예멘으로 파견하고 800km 이상 날 수 있는 고급 드론을 후티 반군에게 이전했다.”라고 보도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ABC 방송은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순항미사일 10여발을 추가 공격했다.”라고 추가로 밝혔으나 이란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엇갈리는 전망

 사건 직후 CNBC 등 미국 언론은 석유 산업 컨설팅업체 ‘리포 오일 어소시어츠’의 앤드루 리포 회장이 “최악의 경우 배럴 당 5∼10달러 뛴 가격에 원유 시장이 개장할 것”이라 전망했다고 전했다. 또한 리포 회장은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사우디 원유를 하루 400배럴 정도 소진한다는 점을 들어 사우디 석유 시설의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2일 아람코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원유를 당초 계약했던 것보다 낮은 품질의 원유로 대체해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으며, 이 보도에 따르면 아람코는 일본 최대 정유회사인 ‘JXTG 에너지’에 공급할 원유 등급을 10월부터 경질유에서 중질유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람코가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탈황시설 복구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로이터에서는 사우디의 산유 능력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고,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를 향해 출항한 최소 3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경질유에서 중질유로 원유 품질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우디 측은 아시아의 다른 원유 구매자들에도 9월과 10월 중 원유 수송이 늦어지거나, 원유 품질이 변경될 수 있다는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6일 사태 직후 아람코는 생산 감소분을 비축유로 채울 방침을 발표했고, 이미 몇 주 동안 고객사에 차질 없이 석유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 에너지부도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전략 비축유를 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힘에 따라 시장에 끼칠 사태의 파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으리라는 예측 또한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사태 일주일이 지난 지금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5월 초 유류세 환원 당시와 비교하면 상승 속도는 완만하지만 국내에는 10월 첫째 주부터 국제 유가 상승이 반영될 것으로 분석된다며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당혹스러운 미국과 웃음 짓는 러시아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산 무기 최다 수입국인 사우디아 라비아는 드론을 감지하지 못한 미국의 패트리엇 대공미사일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반대급부로 러시아가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대공미사일인 S-400은 이동식 레이더 마스트(기둥)를 장착해 드론을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으며, 더욱이 360도 감지가 가능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 목표물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패트리엇은 지정된 방향으로만 탐지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는 러시아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자국의 첨단 방공미사일인 S-400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집권 이후 완전히 친러로 전향한 터키와 이란, 러시아의 새로운 동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은 수백 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름을 둘러싼 중동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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