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한 대가 창공을 가로지르는 데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항공사들은 장기적인 수요 예측에 따라 항공기의 도입을 결정한다. 도입하고 나면 항공사와 관리 과정에 따라 판이하지만 평균적으로 약 20년 정도 운항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주문하고 제작하여 탄생하기까지, 운항을 중단하고 퇴역한 그 이후, 항공기는 어떠한 과정을 거칠까. 항공기의 탄생과 죽음에 대하여 알아보자.

항공기의 탄생

  항공사가 일반적으로 항공기 한 대를 도입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소요된다. 유럽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Airbus)사의 A320NEO만 하더라도 한 대 가격이 약 1천억원을 웃돈다. 따라서 항공사는 항공기를 주문하는데 앞서 노선에 필요한 항공기의 종류와 개수를 정확히 정해야한다. 당연하게도 승객 수요나 노선의 거리 등 특징을 파악하여 결정한다. 예컨대 장거리 노선인데 단거리 항공기만 가지고 있다면 장거리 항공기를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항공사가 자신들에게 딱 맞는 항공기를 결정하고 나면, 항공기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항공사는 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마련하거나, 항공기를 빌려오는 리스 방식을 통해 항공기를 도입한다. 리스 방식은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 항공사)뿐만 아니라 FSC(Full Service Carrier, 대형 항공사)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크게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나뉜다. 운용리스는 통상 5년가량의 계약을 맺으며 중간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임대회사 혹은 SPC에 리스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리스는 통상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리스 기간이 끝나면 항공기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항공사에서 구매를 결정하더라도 바로 항공기를 인도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제조하는데 기본적으로 몇 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항공사에서는 안심하고 항공기 주문을 확정하기 어렵다. 항공시장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항공기 수요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는 옵션구매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 보잉(Boeing)사와 맺은 B737MAX8의 주문 계약을 보면, ‘확정 30대, 옵션 20대’로 나중에 대한항공이 20대 구매에 대해 취소하거나 기종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항공사가 항공시장의 변화를 보고 옵션 기한 내에 구매할지 혹은 변경, 취소할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항공사가 항공기를 주문하고 나면 항공기 제작업체들은 수주 받은 항공기를 제작한다. 대표적으로 보잉과 에어버스가 약 80%의 점유율이라는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항공기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엔진 또한 GE, 롤스로이스, 프랫앤휘트니 등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항공기 제작은 각종 부품을 여러 곳에서 납품받아 주 공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보잉의 주 공장에서는 각 지역에서 생산된 동체, 날개 및 엔진 등을 조립하여 최종적으로 기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완성 이후에는 항공사에 맞는 도장을 입히고, 시험비행을 한 뒤 항공사에게로 항공기를 인도해준다.

▲ B787 제작 현장 (출처 : 미주 중앙일보)

운항, 푸른 창공으로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인도받은 뒤, 시험비행을 거쳐 노선에 투입하여 운항을 시작한다. 앞서 항공기는 통상 20년 정도의 운항을 하게 된다고 서술했는데, 항공기는 부품교환이나 정비 등이 의무적으로 주기마다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명의 제한이 사실상 없는 편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오래 운항했을 시에 항공기에 결함이 생길수도 있으므로, 항공당국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감항증명을 실시하게 되어있다. 항공기 제작업체 또한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는다. 보잉사의 경우 기준을 20년 혹은 20,000회의 착륙, 60,000 비행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반면 국내 항공사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인 약 10년 정도를 항공기의 수명으로 잡고 운항하고 있다.

▲ 국내 항공사들의 평균 기령 (자료 :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

은퇴, 그리고 제2의 인생

  항공기가 어느 정도 수명이 다하면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퇴역시킨다. 퇴역된 항공기는 사막 보관소에 이동하여 보관되는데, 미국 애리조나의 ‘킹먼’, ‘피닉스 굿이어’ 등과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 ‘빅터빌’ 등의 보관소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굳이 사막에 퇴역 항공기를 보관하는 이유는 건조한 기후로 인해 부식과 손상을 막을 수 있고, 사막 자체가 황무지이기 때문에 공간도 넓을뿐더러,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보안문제에 안전하고 보관료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사막에서 항공기는 부식되기 쉬운 재질의 부품, 유류 등은 모두 제거하고, 기체 외부는 흰색 비닐 재질로 포장하여 부식을 최소화한 채 제2의 인생을 기다린다.
  사막 보관소의 항공기는 그곳에 모인 항공기의 종류만큼이나 쓰임새도 다양하다. 사실 항공기를 보관하는 방식이 부식과 결함을 막도록 완벽한 이유는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보관하기 때문으로, 주요부품만 교체한다면 다시금 쓰일 수 있는 항공기들이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 항공사들이 퇴역한 항공기들을 인수하여 다시금 운항에 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같은 기업에서 퇴역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여 여객기의 새로운 활용을 보여주고 있다.
  항공사나 다른 기업 등 새 주인을 찾지 못한 항공기들은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항공기를 제작하거나 갈아줄 때 사용하는 부품이 부족할 시, 보관소의 항공기를 분해하여 그 부품을 사용하여 재생산에 일조한다. 보관 연한이 지났거나 부품 활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게 된 항공기는 항공기를 통째로 분해하여 항공기로부터 나오는 자재를 재활용한다. 보잉의 B747의 무게가 147톤 정도인데, 분해하면 약 127톤의 재생가능한 자재가 나오며, B747 한 대에서만 70톤가량의 알루미늄과 철, 텅스텐 등의 철강자재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퇴역 항공기들은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육 자료로 활용하거나 박물관, 공원 등에서 전시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혹은 아예 다른 용도로 재탄생시키기도 하는데, 항공기 기체를 집이나 가구 등으로 쓰거나 엔진을 새로운 기계에 접목시키는 등 퇴역 항공기의 제2의 인생은 그 가능성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 모하비 사막의 항공기 무덤 (출처 : Godsavethepoint)

  이렇듯 항공기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항공기의 생애에 대해 알아보았다. 창공을 가로지르는 항공기는 단순히 그 목적만 다하고 버려지는 기계가 아니라, 마치 인간과 같이 탄생부터 은퇴, 그리고 죽음까지 하나의 수명주기를 갖는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언젠간 하늘을 날고 있는 항공기를 보거나 항공기를 탑승할 때, 과연 이 항공기는 수명이 몇 살일지, 은퇴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항공기를 바라보는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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