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아파트 사고 후 모습(左)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右)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새벽 4시 25분 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서 범죄가 일어났다. 피의자 안인득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
르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
은 피의자가 누적된 피해망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조현병
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조현병, 어떤 질병인가?
부산 친누나 살인사건, 김천 아버지 살인미수사건, 충주
흉기 난동 사건 등,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이에 조현병 환자들을 사회에서 격
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병
은 정신분열증이 개명된 것으로, 정신‧사회적 기능의 장애
를 겪는 질병이다. 피해망상, 종교적 망상, 관계망상 같은
사고의 장애와 더불어 환청‧환시‧환촉 같은 지각장애 및
인지장애, 감정의 둔화 같은 증상이 대표적이다. 조현병 환자
는 즐거운 느낌을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데 어
려움을 겪으며, 말수가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등, 정신기능의 전 영역에 걸쳐 심각
한 증상들을 겪는다.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조현병에 단 한
번이라도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0.5~1% 정도라는 점을
볼 때, 이것이 비교적 흔한 정신병임을 알 수 있다.


조현병에 대한 미숙한 대처
최근에 유독 조현병 관련 사건사고가 늘어난 이유를 단
순한 환자의 증가로 설명하는 이들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느라 실제
정신질환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사건들까지도 조현병 관
련 사건으로 보도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이
사건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환자의 증상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다루는 정보는 부족하다.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정신질환의
‘사회적 낙인화’를 막기 위해 정신질환의 직접적인 진단명
표기와 정신질환을 직접적 원인으로 언급하는 일, 자극적인
기사 문구나 혐오스러운 사진을 피하라는 보도지침을 국가
기관 및 기자협회 등에서 제정하고 공표하고 있다. 사회적
낙인(stigma)이란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말하는
데, 정신질환자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이 강해
지면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병이 호전될 기회가 줄
어든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러한 사회적 낙인을 막을 가이
드라인이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결국 대중의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한다. 정도희 경상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
를 통해 “시민들이 조현병 환자를 영구 격리하기를 원할 수
도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무조건 격리한다면 중증질환자
들은 더 숨게 되고, 치료기회를 놓쳐 이들을 양산하는 결과
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범죄, 그리고 정부의 대책마련
이어지는 사고에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국가 책임 강
화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정신건강 서비
스 제공 기반여건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정신건강
복지센터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정신건강 업무의
전문성을 고려해 인건비 인상 등 처우개선을 검토할 예정
이다. 더불어 정부는 중증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국가 책임
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중재 지원 사업 추진, 꾸준
한 외래치료를 위한 유인체계 도입 등 정신질환의 조기발
견 및 초기발병환자 집중관리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적이
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간 협력체계를 구
축하고,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환자에 대한 일제점검
시행, 경찰청의 반복 신고사항 일제 점검 및 발굴에도 적극
협조해 발굴된 대상자에 대한 사례 관리 등 후속조치를 시
행할 예정이다.

두려움보다는 관심으로
대다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조현병 자체를 사회
에서 격리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
력 범죄로 이어지는 정도의 증상이라면 사전에 여러 징후가
나타나기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흔히 피
해망상, 지각 장애 등 정신기능의 전 영역에 걸친 증상들로,
이 증상들은 충분히 치료로 완화될 수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 무려 21명의 사상자를 낸 진
주 사건도 피의자의 범행 전 충분한 예상 징후가 있었다. 이
웃 현관문 앞에 인분‧오물 투척, 자활센터 직원 폭행, 스토
킹 및 주민과의 시비 등으로 총 8번의 경찰 신고가 예상 징
후였던 것이다. 경찰 측은 “이 징후들이 형사 입건은 되지만
구속 요건이 안 된다.”라고 밝히며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
고, 이는 결국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경찰, 언론, 시민 모두가 정신질환과 그 환자
들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다. 결국, 계속하
여 발생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 관련 범죄의 예방을 위해
서는 정부의 종합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감시와
시민들이 포용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신건강 복지 대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계속적인 감시도 필
수적이지만, 시민들이 조현병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이들
을 포용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조현병은 강력범죄를 야기하
는 정신질환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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