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6.25전쟁 직후 일인당 국민 소득 100달러로 가난했던 나라가 ‘빨리 빨리’ 근성을 통해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빨리 빨리’ 근성이 이뤄낸 한국의 기적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빨리 빨리’ 근성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나 인터넷뱅킹을 모바일로 진행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빨리 빨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이다.

 이러한 자랑스러운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빨리 빨리’ 문화는 앞서 말한 경제성장이나 IT강국과 같은 예와는 달리 교육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든 요인이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선생학습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나이보다 한두 단계 앞서서 배운다. 초등학생이 되면 중학교에서 배울 것들을 미리 공부하고,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에서 배울 것들을 미리 공부한다. 심지어 유치원생들도 초등학교에서 배울 것들을 미리 학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나이에 맞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 없이 앞선 진도만 따라가기 급급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수업 방식에도 ‘빨리 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의 수업방식을 살펴보면 선생님들은 수업진도를 나가기 바쁘고, 학생들은 그 진도에 따라가기 바쁘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자리는 별로 없다. 즉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기에만 급급하다, 이는 ‘빨리 빨리’가 만든 주입식 교육의 폐해이다.

 또한 EBS의 한 실험에서는 외국인 부모들과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 방식의 차이에 대해 보여준다. 실험 방식은 아이가 문제를 풀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부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실험에서는 아이들이 정해진 단어의 철자를 맞추는 문제가 주어졌다. 실험 결과, 주어진 문제에 대해 외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반면,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안 계속해서 힌트를 주었다. 또한 아이들이 문제를 풀기 전에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함을 느끼는 부모들도 있었다. 성취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욱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성급한 교육 문화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단어자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교육은 각 학생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대학교 입학만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내기에만 급급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사고력을 빼앗고 본인의 재능이 무엇인지, 무엇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의 삶의 질까지 훼손시켰다. 주입식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학생들은 평균 수면시간이 약 6시간 밖에 되지 않으며, 여가시간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에서는 ‘빨리 빨리’보다 ‘여유’가 더욱 필요하다. 여기서 ‘여유’는 단순히 ‘게으름’이 아닌 학생들에게 주어진 문제나 상황에 대해 생각 할 시간을 주자는 의미이다. 무조건적인 선행학습보다는 각각의 나이에 적합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충분히 사고할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따라서 획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학생들 개개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손규영기자 sonjong@ka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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