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수강신청을 준비하는 학생들 출처: 러브 폼

서울 소재 모 대학에 대학 중인 A씨는 이번 학기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한 학기에 들을 수 있는 최대 학점인 18학점 중 9학점밖에 신청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등록금이 아까워 휴학을 신청하였다. A씨는 “많은 등록금을 받으면서 강사 수는 늘리지 않는 학교의 무책임한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또 다른 대학생 B씨는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바람에 졸업을 유예했다. 전공필수 과목에 신청자가 몰려 매번 신청에 실패하다가 결국 마지막 학기까지 수강신청에 실패한 것이다. B씨는 교수님께 연락하였으나 워낙 신청자가 많아 더 이상 증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렇듯 수강신청은 대학마다 매학기 반복되는 최대이슈이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생은 수강신청기간이 되면 pc방에서 서버시간을 체크하며 ‘클릭 전쟁’을 치른다. 국내 대학 대부분의 수강신청이 선착순으로 마감되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보다 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학기 반복되는 수강신청 논란, 해결책은 없을까?

연세대의 마일리지 수강제도 출처: 한국 경제

국내 대학의 수강신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국내의 대학들은 수강신청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에서는 수강신청의 문제 개선을 위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청자가 자신이 가진 마일리지를 수강 희망과목에 배분하고 각 과목에서 더 많은 마일리지를 넣은 학생 순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경우 가장 듣고 싶은 강좌에 더 많은 마일리지를 부여하면 그 강좌를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마일리지 제도는 선착순으로 부여되는 기존의 수강신청으로 발생한 서버폭주나 수강 과목 매매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카이스트의 경우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수강제도를 완화하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하였다. 추첨제는 수강신청인원이 강좌의 정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들을 랜덤으로 뽑는 방식이다. 또한 숙명여대의 경우 수강 신청이 선착순이 아닌 학년순, 직전학기 이수 학점순, 성적순의 차례로 진행된다. 수강신청기간에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면 학년이 높은 학생이 먼저 뽑힌다. 다음 차례로 직전학기 이수 학점이 낮은 학생이 뽑히고, 이후에는 성적순으로 진행한다.

큰 걱정없는 국외 대학의 수강 신청제도

 국외 대학생들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학생들과는 다르게 수강신청에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과 미국이 있다. 일본의 대부분의 대학교는 우리나라의 카이스트와 비슷한 추첨제를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전공과목의 경우 해당 과목이 필수인 학부를 우대해 준다는 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대학교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과목을 수강신청기간이나 정정 기간 안에 신청하면 100% 수강가능하다. 도쿄대학교는 강의 당 수강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강의 당 수강인원이 많아지면 강의실을 재배정하는 등의 방안으로 모든 학생들이 해당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의 하버드 정책/행정 대학원 같은 경우는 연세대학교의 마일리지제도와 비슷한 비딩(bidding)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비딩 제도는 연세대학교의 마일리지 제도와 큰 차이점이 있다. 비딩 제도는 정원이 초과된 과목에 한에서만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버드 정책/행정 대학원의 학생들은 수강신청기간 전 이틀간 교수들의 한 학기 동안의 강의 계획을 듣는다. 이후 일주일 간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한다. 이 때 수강 정원을 초과하는 과목에 한에서만 비딩(bidding)제도를 실시한다. 비딩(bidding)은 학생 본인이 속한 학부(과) 및 학년에 따라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일정량의 비딩 포인트를 지급받고, 듣고 싶은 수업에 적절히 배당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연세대학교보다는 한 단계 발전된 제도이다.

수강신청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 출처: 항공대 대나무숲

본교의 수강신청제도

 그렇다면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제도는 어떨까? 우리 학교의 수강신청은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과목을 수강신청 당일에 신청해야 하는 대학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본 수강신청 기간 전에 장바구니 기간을 통해 원하는 과목을 장바구니에 담아둘 수 있다. 장바구니에 담은 학생 수가 정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해당 과목은 자동으로 수강신청 된다. 따라서 장바구니를 진행하였다면 본 수강신청 기간에는 정원이 초과된 과목에 한에서만 수강신청하면 된다. 또한 우리 학교는 본 수강신청 기간에 일일이 과목을 검색할 필요가 없다. 즐겨찾기라는 탭이 있기 때문이다. 즐겨찾기 탭에 원하는 과목을 미리 등록해두면 수강신청 당일 즐겨찾기 탭에서 바로 수강신청이 가능해 보다 효율적으로 수강신청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수강신청 방식과 더불어 교양과목이 부족하다는 점과 학생 수에 비해 전공필수과목 정원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겹쳐 문제점들은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본교에 재학 중인 이준혁(경영 18)학우는 수강신청에 관련해서 “전공필수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며 “전공필수 과목에 대한 정원을 증원하거나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수강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수강신청 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강신청 문제에 대해 부족한 강의 수가 해결되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현행 대학 수강신청 방식은 수요자인 학생 중심의 교육이라 볼 수 없다.”며 “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를 늘려 교원을 확보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강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신청에 대한 문제가 매학기 마다 제기되는 만큼 대학별로 신중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손규영 기자 sonjong@ka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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