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정부가 불법 유해사이트 차단을 시작함에 따라 시행 첫날에만 약 800개의 사이트가 차단되었다. 이는 정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보다 강력하여 유해사이트 근절에 도움이 되나, 한편으로는 강력해진 인터넷 검열 및 규제에 따라 사생활 침해, 감청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뽑아든 칼, ‘https’ 차단


  지난달 11일, 정부는 ‘https’, 즉 보안접속 또는 우회접속을 통한 해외 서버 기반 불법 음란, 도박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SNI(Server Name Indication) 기술을 도입해 차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https’란 네트워크간 통신이 강화된 방법으로, 기존 ‘http’의 경우에는 암호화되지 않은 텍스트를 보냈다면, ‘https’에서는 소켓 레이어를 통해 텍스트를 암호화하여 보낸다. 따라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외에는 암호화된 내용을 뜯어보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다.
  예를 들면, A가 B에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에 정부는 편지 내용을 보고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합법적이라면 B에게 보내는 것을 허용했다. 이러한 방식이 기존의 차단 방식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A가 이번에는 편지를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밀봉하여 B에게 보냈다. 이에 정부는 밀봉한 편지를 뜯어 모두 읽어본 후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하여 B에게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https’ 차단 방식으로, 내가 쓴 편지 내용을 정부가 알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정부가 사용하던 방법은 ‘URL’ 차단으로 이는 보내는 내용을 암호화하여 제3자가 볼 수 없게 하는 방법으로 간단히 뚫린다. 주소창에 ‘https’를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이후 도입된 방식이 ‘DNS(Domain Name Server)’ 차단으로 이 역시 DNS 주소 변경 등으로 우회가 가능했다. 이에 정부가 ‘https’ 차단이라는 강력한 칼을 뽑은 것은 것이다.

 

잘못된 방향의 해결책


  정부가 시행한 ‘https’ 차단이 논란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감청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청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담은 설명 자료를 내놓았으나, 정부기관이 인용할만한 공신력 있는 문서라고 보기 어려운 자료를 인용했으며,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 대응책과 관련된 자료이기 때문에 이번 논란이 되는 사생활 침해 및 감청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차단과 관련하여 감청이라는 꼬리표는 떼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실효성이다. 차단 조치를 취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우회 등을 이용해 차단을 피하는 방법이 수없이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https’만 검색해도 ‘https 우회’라는 연관검색어가 나올 정도이다. 감청 논란까지 가져오며 시행한 정책이 정작 유해사이트 차단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다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가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해명, 반응은 싸늘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시행된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표출의 방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이용했다. 지난달 11일부터 시행된 국민청원은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여 나흘 만에 답변기준인 2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청원을 받아냈다. 이러한 열렬적인 반응을 보인 데는 정부의 감청논란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1일 청원 답변을 통해 ‘https’ 차단과 관련하여 개인의 사생활 감청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원 답변에 나선 방송통신위원장 이효성은 “어떤 사이트 접속을 막을 것인지, 무엇이 불법인지는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다.”며 정부의 정치적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을 일축시켰다. 또한 “법원 영장 없는 감청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며 정부의 감청 및 검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청원 답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좋지않다. 한 누리꾼은 “(감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라며 언제든 정부가 원하면 개인의 사생활을 감청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도 유해사이트 검열부터 시작되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라며 정부가 이를 악용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한 청원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국민들이 재청원을 시도하며 불만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취지는 좋았으나, 그 방법에 대하여서는 논란이 많다. 결국 이러한 논란들은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규제해도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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