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북한이 기존과는 다른 국제 사회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난해 2월부터 국제민간항공기구(이하 ICAO)에 새로운 항공로 개설을 요청해왔다. 평양 비행정보구역(Flight Information Region, 이하 FIR)을 지나는 새로운 항공로 개설 시 상당한 이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나,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로 취급받는 북한의 새로운 항공로 개설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쇄에서 개방으로


  북한의 새로운 항공로 개설에 대한 요구는 지난해부터 지속되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ICAO에 신규 국제 항공로 개설을 요구한 바 있는데, 당시 북한은 평양 FIR과 인천 FIR을 잇는 항공로(ATS route) 개설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관광을 목적으로 한 동남아 취항 노선을 새로이 개설하는데 있어 필요한 ICAO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원국들 중 우리나라와의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새 항공로 개설을 꾸준히 요청한 이유는 ICAO의 항공로 승인기간에 있다. ICAO는 새 항공로 개설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우선 항공로만 만들어놓고 앞으로의 비핵화 움직임에 맞춰 실제 이용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셈이다.
  북한이 1998년 비행정보구역을 개방한 뒤로 현재 운행하고 있는 노선은 평양-선양, 평양-베이징,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등 단 세 노선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항공 실무회의에서 남북 간 동-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하는 등 북한은 계속해서 항공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제재로 인해 닫혀있던 북한 영공이 개방될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걸림돌이 된 대북제재, 북한이 노력해야…


  ICAO는 북한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ICAO는 북한군과 민간항공 직원 간의 훈련을 주도해 북한의 항공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ICAO가 북한에 항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을 막았으며, 이는 ICAO가 계획한 대북항공지원 프로그램을 미국이 하나의 협상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이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보인다면,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북한이 원하는 새 항공로 개설 및 대북 영공 제재를 완화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새 항공로 개설에 있어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방문한 항공기의 경우 미국에 180일 동안 입국이 불가능하다. 또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현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당 약 80만원에 달하는 북한 영공통과료 역시 대북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에는 수많은 제약 및 제재 완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남북 협력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설에 따른 기대이익은?


  우리나라는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사실상 북한의 제안을 수용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맞춰 북한의 요구를 찬성하는 것도 있으나 뒤따르는 경제적 이익이 상당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공사의 미국 또는 유럽 노선 항공기가 북한 영공을 이용할 시 연간 항공비용 204억 원을 아끼고, 비행시간을 3,898시간 단축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인천-미주 노선 항공기가 북한 영공을 이용할 시 비행거리를 약 200~500km 단축할 수 있으며, 이에 우리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 원의 유류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 동해상 하늘 위는 ICAO에서 지정한 위험구역이다.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대만 외에 북한 영공을 지나는 항공기는 없다. 북한의 예고없는 미사일 발사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ICAO 및 국제 항공사들이 북한의 영공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아시아 노선에서 연료 및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한다면 북한, 나아가 한반도의 상업항공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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