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1월 23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사건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 측은 사건이 발생한 뒤 공식 성명을 통해 “한일 양국은 가까운 이웃 국가이자 우방국”이라며 “양국 실무자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면 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우리 측의 반대에도 관련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실무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며 갈등을 심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일본 측이 올 4월에 실시될 ‘부산 국제해양안보훈련’에 불참키로 통보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네 차례의 저공 위협비행

 갈등의 시발점은 작년 12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후 3시경 대한민국 해군 소속 광개토대왕함과 대한민국 해양경찰 소속 삼봉함은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에 대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향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1 대잠초계기가 정찰 비행을 했고, 광개토대왕함이 정찰 비행을 하던 초계기에 STIR-180 레이더를 작동, 조사했다는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일본 측이 정찰비행이 아닌 지속적인 저공 위협비행을 실시했으며, 우리 군은 추적 레이더인 STIR-180을 작동, 조사한 적이 일체 없음을 밝혔다. 일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위협을 받은 쪽은 우리 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구조 작업 중 P-1 대잠초계기 1대가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함을 향해 거리 500m, 고도 150m로 접근했다는 증거 자료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도발을 감행하였다. 지난 1월 18일에는 울산 동남쪽 해양에서 율곡이이함을 상대로 거리 1.8km, 고도 60m로 비행하였고, 22일에는 제주 동남쪽에서 노적봉함과 소양함을 상대로 거리 3.6km, 고도 30m로 비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23일에는 이어도 서남쪽에서 대조영함을 상대로 또 한 번의 저공 위협비행(거리 540m/고도 60m)을 실시했다. 당시 대조영함은 20차례 경고 신호를 보냈으나 일본 초계기는 이를 무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 측은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저공 위협비행을 실시하며 갈등 완화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월 23일 대조영함 인근으로 저고도 위협비행을 하는 일본의 P-3 초계기 (출처: 국방부)

 

엇갈리는 양국의 주장

 일본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은 저공비행을 하지 않았고, 우리 함정이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 지 알 수 없어 지속적인 관찰비행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즉, 자신들이 저공비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우리 측이 추적 레이더를 작동시켜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국방부는 “민간 항공기에서조차 150m의 고도는 사람이나 건물이 없을 경우에도 안전을 위해 준수해야 하는 최저안전고도”라며 “우리 초계기의 경우 의심선박 감시 등 특수 작전을 제외하고는 거리 약 5.5km~9.0km, 고도 약 300m를 준수해 비행하고, 이 정도의 거리와 고도에서도 충분히 상대 함정을 식별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레이더를 작동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방국의 항공기에 위협적인 추적 레이더를 조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며 “함정의 추적 레이더 정보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군사적 기밀사항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자는 일본 측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월 21일, 일본 방위상 측은 우리 군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라며 추적 레이더의 전자파 수신음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2개의 탐지음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재생되는데, 여기에는 레이더 탐지음만 녹음이 되어있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타 음성은 녹음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 영상에 대해서도 성명을 통해 “탐지일시, 방위, 전자파 특성 등을 전혀 확인할 수 없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계음”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분석에만 의지하여 양국 국민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주장을 지속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의도적인 군사 도발이라고 판단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또다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자위권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일본에게 경고했다. 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인도주의적 구조활동 중이던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이라며 “일측은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 위협비행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군은 일본이 우방국임을 강조하며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안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공고한 한미연합방위체제와 더불어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군사 분야의 양국 갈등이 국민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경우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호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대 박휘락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이 우리의 우방이냐 적이냐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라며 “북한 핵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유엔 후방기지로서의) 일본 역할이 존재하는 만큼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응하고, 상호 오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강조했다.

 

 우리 군과 일본의 주장이 엇갈리며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봉합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군의 단호하되 신중한 태도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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